한국인의 미의식이 현시대에서 절실한 이유
한국인의 미의식이 현시대에서 절실한 이유
Kai Jun
현시대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융복합이다. 융복합은 어떤 것과 어떤 것이 조화를 이뤄내서 참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식 속에 융복합의 문화유전자(meme)가 있다.
한국인의 융복합 의식은 언어가 만들어 지던 태초부터 ‘미(美)’의식 속에 담겨 내려오고 있다.
한국인의 미의식은 서양의 것과는 많이 다르고 동양의 주변국과도 차별성이 있다. 한국이 아닌 나라의 미의식은 구체적인 대상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리스의 경우를 봐도 인간(남성)에서 절대 미(카논, Canon)를 찾는다. 중국의 경우도 美(큰 양)이 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아름답다는 것은 ‘알다.’ ‘아람(밤)’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알은 구(球), 우주를 나타내는 것이다. ‘알’이 충만해 지면 ‘알차다. 알다’가 된다. 알찬 것이 완성되면 참(眞)이 된다. 참은 진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알다’가 ‘아름답다’이다. 한국인의 아름답다는 우주의 원리인 진리를 함축한 말이며 아름답다에는 인간이나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를 넘어선 우주적 하나를 추구하는 단어이다.
이 아름답다는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가치관에도 많은 연관성을 보이는데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인간의 완성은 초인간적인 천(天)과의 일치), 천인무간사상(天人無間思想, 천과 인이 애당초 간격이 없이 하나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느님이며 만물이 모두 하느님)등의 사상으로 발전되며 우리는 우주의 원리에서부터 사고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기본적인 미의식이 우주의 진리를 표출하는 조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우주의 진리를 인간이 다듬은 것은 ‘멋’이라고 표현한다.
아름답다는 ‘금수강산의 풍광이 아름답다.’ ‘석양의 노을빛이 아름답다.’ 등으로 쓰인다.
멋은 우주의 진리를 인간이 닮아 와서 어떤 대상에 표현한 것에 사용한다.
멋은 ‘그림이 멋있다. 옷이 멋있다. 건물이 멋있다.’ 등등으로 활용된다.
한국인의 미는 우주의 원리를 담고 진리를 추구하기에 그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미심(美心)과 미행(美行)을 담고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은 ‘좋은 것’이라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경우도 아름다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착하고 순수할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아름답다를 생각할 때 ‘하늘과 하나, 우주의 조화, 선(善)의 완성’을 생각하므로 ‘멋’을 표현하는 사람은 ‘통달’한 단계에서 진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우주적인 관점의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동일한 조건에서 조화를 꾀하는 단계가 ‘아름다움’이고 ‘멋’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깨우치고 삶으로 녹여 낸 것을 ‘풍류’라고 했다. 풍류를 설명한 최치원(崔致遠)이 쓴 난랑비서문(鸞郎碑序文)을 보면 “나라에 현묘한 도(道)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이 교(敎)를 베푼 근원에 대하여는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이는 삼교(三敎)를 내포한 것으로 모든 생명과 접촉하면 이들을 감화시킨다.”
‘아름다움’ ‘멋’ ‘풍류’는 우리가 현시대에서 다시 살려내야 하는 위대한 정신문화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름다움과 멋의 개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나 ‘풍류’는 조선 중기 이후 ‘음악이나 놀이 문화’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축소되며 통달의 도를 수련한 사람의 우주적 조화를 이뤄내는 실천 방식은 축소되거나 약화 되었다.
현시대에 가장 필요한 의식이 우리 전통에 있음을 알고 우리 삶의 완성을 위해 ‘아름다움’ ‘멋’ ‘풍류’의 실천에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