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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를 느끼며


Chaos NO.1 100cm X 65.2cm Oil on Canvas-2011

독일의 낭만주의 철학자 셸링Schelling의 동일성 철학에서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의식적 활동이 미지의 무의식적 활동과의 결합을 통한 조화의 산물임을 역설하고 있으며, 이것은 무의식적인 것과 의식적인 것의 통합을 의미한다. 예술과 예술적 창작 속에는 자연과 정신,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 육체와 정신, 감성과 관념성,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들의 대극Polaritäten이 동일성 속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이러한 대극은 건-습, 온-냉, 남성성-여성성, 해-달, 원-사각, 물-불, 육체적-영적, 양-음, 홀수-짝수, 하늘-땅 등의 상호 대립적인 힘들로 이해된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대극성을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 심리에 내재된 심리의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부분들과 객관적이고 집단적인 부분들이, 그들 각각의 독자성이 부인되지 않으면서 서로 결합되는 통일성 개념으로 파악하였다. 융은 낭만주의자들을 연금술, 비술적 철학, 마법, 신비주의 및 종교성 등에 따라 분류하였으며, 특히 일부 낭만주의 사상가들을 과학의 시적 선구자들인 연금술사로 규정하였다. 연금술에서는 대상물을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의 물질로 변화시켜 대극의 합일coniunctio oppositorum에 도달한다는 관념에 기초하여 카오스적 상태의 근원적 물질prima materia이, 연금술사의 정신적 연습들과 결합된 복잡한 화학적 과정을 통해 지혜의 돌, 즉 질서의 완성체인 철학의 돌lapis philosophorum로 변환되어 이것을 모든 금속들 중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금으로 상징화 하고 있다.

혼돈의 카오스chaos와 질서와 통일성의 프랙탈fractal이 한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전완식의 작업은 독일 낭만주의 철학에서 주장하는 대극 합일의 시각적 구현이고, 연금술사들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자아의 상징인 철학의 돌인 것이다. 무정형의 구름이 반복되는 대칭 구도는 그의 개인적 경험이나 상상의 결과가 아닌 시공을 초월한 인간 정신의 원천으로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선험적 조건이며, 인류의 근원적 행동유형의 현시이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나무와 바다, 구름은 무의식의 심층에 존재하는 자신의 타아이고, 또한 초개인적이며 동시대 사람들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원초적 상이다. 이러한 원초적 상은 인간 체험의 침전이며 생동하는 반응체계로 비가시적인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식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비정형적인 구름과 그것의 반복을 통해 그의 작업에서 형상화 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 심층의 원초적 상을 구현하는 힘의 원천인 무의식이 미술 창작 활동을 통해 무의식과 의식이 통합된 초월적 영역에 근접하게 되며, 이것을 융은 개성화 과정을 통한 자기실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인격에는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여러 대극적 경향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소가 삶에 에너지를 주는 생명의 본질 자체이며, 이러한 대극 간의 갈등이 조화를 이룰 때 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삶에 활기를 주는 힘이 된다는 주장이다.

융은 이러한 대극 간의 조화는 초월적 기능에 의해 얻어지며, 이 초월적 기능을 통한 개성화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심리적 문제나 결함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기능하며, 이러한 내면의 시각화를 미술을 통해 달성할 수 있으며, 이것을 적극적 명상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림 작업은 적극적 명상의 좋은 매개체로서 인간의 무의식에 내재된 강박 관념이나 환상을 일련의 창작 과정을 통해 이미지화 한다. 이러한 무의식의 시각화는 초월적 기능의 촉진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에 도달하며, 이것을 대극의 합일이며 자기실현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의식에 인지되지 못했던 무의식의 심층에 존재하는 원초적 상을 카오스와 프랙탈이 내포된 구름의 형상으로 화폭에 표출한 작업은 작품의 창작 과정과 감상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갈등이나 심리적 충돌 완화시키며, 치유할 수 있게 기능하는 일종의 치유미술적 관점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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