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화랑 40주년 기념 Kai Jun 기획전에 부쳐-인물 속에 투영된 Chaos의 이미지

그 동안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신의 세계에서 벗어난 현실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서구회화양식들은 현대화단에 있어서도 또 다른 중요한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현대미술의 모더니즘 경향은 전 세계 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수많은 작가들이 서구적 조형감각을 이해하고 여기에 그들만의 고유한 정서와 정체성을 함유한 새로운 회화양식을 표현해 내는데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번에 조선화랑에서 기획전을 갖는 작가 전완식(Kai Jun)은 평소 카오스 현상과 프렉탈 구조에 관심을 두고 여성과 남성, 특히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인물들의 형상을 이런 이론에 접목시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작가라고 말 할 수 있는데 그는 인간의 심리와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를 카오스 이론과 관련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에 대한 심리학적 탐구와 인물의 독자적 표현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사실 작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한 약간은 현실 비판적이고 표현주의적 성향이 강한 회화작업을 해 온 작가였다. 이때까지 작가의 작업들은 그가 학창시절부터 깊이 관심을 기울여 왔던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 특히 소외되고 무시 받아온 약한 자들의 눈물에 담긴 아픔과 진실을 얘기하고자 한 것들이었는데 작가는 이런 소재들을 약간은 과장되고 한편으로는 기괴하리만큼 여겨지는 초현실적 표현감각으로 작품 속에 담아냈었다.

그러나 이렇게 파괴된 건물의 잔해, 피폐한 인간 군상들이 거친 듯 하면서도 단순한 느낌으로 표현되었던 당시의 작품들은 그가 평소 추구해 왔던 순수한 인간과 사회현상에 대한 그만의 사랑의 반어법 이었다. 따라서 초기작품의 이런 거친 표현경향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표면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좀더 사실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해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으로 짐작되고도 남는다 .

최근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카오스 현상이나 프렉탈 이론은 이런 화면상의 변화의 흐름과 함께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조형 이론이라 말 할 수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의 이런 카오스 이론의 심리학적 표현의 결과물들인 것이다,

극사실적 표현기법과 초현실적인 화면분위기가 묘하게 결합된 작가의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을 소재로 하여 그 다양한 발상과 환상적 결과물들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번 전시 작품들 중 그가 평소 깊은 관심을 두었던,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심리적 해석은 “아름다움은 강렬한 확산이다”의 여성인물 시리즈와 “남자의 신화는 시작되었다”등의 작품들에서 더욱 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16세기 서구미술사 속에서 매너리즘 경향을 보여준 대표적 화가 폰토로모나 파르미지아노의 기괴하고 뒤틀린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확산된 것은 아름다움이다.no1.2” “아름다움은 강렬한 확산이다” 와 미학적 기준에서 가늠해 볼 수 있는 권상우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들은 여성의 미소 속에 담긴 팜므파탈의 치명적 요소와 더불어 카오스의 표현 경향 속에서 또 다른 미감을 찾아보고자 하는 작가의 이상적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들로 여겨진다.

작가 Kai Jun은 오래전부터 본인 그림의 주요 미학적 배경으로“여성의 탐구나 여성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 카오스적 프랙탈 현상의 대입연구 그리고 프랙탈 이론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고 말 한바 있는데 최근에 제작된 여성과 남성이 지닌 내재적 미감을 표현하고 있는 그의 많은 작품들은 작가의 이런 회화적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흔적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 프랙탈(fractal)이란 단어는 프랑스 물리학자 만델브로트가 만든 라틴어의 fractus(부서진)에서 유래한 말로 작은 구조가 전체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어,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기하학으로 해석한 물리학적 구조현상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단순한 구조가 끝없이 반복되면서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묘한 미감이 보는 이에게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전달되는 현상학적 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의 최근 작품들은 인간의 다의적(多義的)이고 변화무쌍한 심리변화를 이런 카오스이론과 프랙탈 구조의 조형론을 바탕으로 그만의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는 회화적 산물들인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칸딘스키는 “회화는 하나의 예술로서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공허 속에 녹아 없어질 사물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성을 순화 시키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야만 하는 힘이다 “ 라고 말 한 바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인간에 대한 사랑과 知性(본인말로는 이데아적 의미)이 지닌 미학적 의미를 끊임없이 연구하여 독자적 회화세계로 발전시켜 온 작가 Kai Jun은 카오스 이론과 인간의 심리학적 변화의 감정을 적절히 조화시켜 시대와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인간의 이상적 아름다움과 감성의 이미지들을 그려내고 있는 우리 화단의 대표적 청년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최근 그는 극히 사실적이고 섬세한 표현기법을 바탕으로 화려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하게 느껴지는 인물 형상들을 초현실적 구도 속에 조형화 시키거나 또 다른 사물의 이미지들과 혼합하여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꾸준하게 진행시켜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여준 작가의 작업들이 파괴된 건물과 잔해, 을씨년스러운 도시풍경 등의 소재를 사실적이지만 거친 표현기법으로 묘사되는 그만의 반전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최근에 보여주는 작업들은 카오스적 현상과 팜므파탈의 여성의 심리, 대중적 인물과 초현실적 자연풍경을 프랙탈 아트의 표현구조로 재구성 되는 두 가지 경향으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화단에서 생소하게 여겨지는 카오스와 프랙탈이란 철학적이고 물리학적인 현상을 주제로 작업을 전개시키고 있는 카이준의 회화세계는 평소 그의 표현에 대한 근원적 시각이 인간과 자연이 지닌 다양한 내적 변화의 과정과 복합적 현상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이런 요소들을 그만의 시각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화면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프랙탈 아트라는 생소한 단어가 점차 친숙하게 여겨지기 시작하는 화단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물과 자연풍경을 조합하여 그리스 미학의 Idea의 정신을 작품 속에 실현시켜 보고자 노력하고 있는 작가의 자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기억 속에 깊숙이 침잠되어 있는 절대미의 이상적 요소들을 끌어내어 독자적 회화형식으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 장 영준

Featured Posts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