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추모를 위한 진혼곡
‘오늘도 성실히’ 작품 설명 – 전완식 나는 특이하게도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3살 때부터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나의 기억 속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영정 사진 속에 계신 얼굴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속에는 아버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잔인한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 조상들이 겪은 전쟁의 참상이 제삿날이나 식구들이 모이는 날마다 듣던 옛날이야기로만 여겨졌으나, 대학에 다닐 무렵부터 그 수많은 아픔의 이야기가 아버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자각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런 생각을 시작한 지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반전과 평화의 그림을 그리거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탐구하던 시간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무언가 나의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메시지를

